인천웨딩박람회 현장 방문전 체크포인트
아침부터 창밖에 빗방울이 부지런히 떨어졌다. 사실, 나는 비 오는 날이면 괜히 더 설렌다. 우산 끝에 맺힌 물방울 때문에 신발이 다 젖어버려도, 쏟아지는 냄새와 함께 돌아오는 추억 덕분에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지니까. 오늘은 특히! 예비 신랑이라는 타이틀을 잔뜩 의식한 채 ‘인천웨딩박람회’ 현장을 기웃거리기 직전이다. 내 머릿속엔 체크리스트가 빼곡했지만, 현실은 늘 삐끗. 어제 밤늦게까지 넷플릭스 정주행하다가 플래너 파일을 어디에 뒀는지 까먹었고, 결국 새벽 세 시에 방바닥을 기어 다니다 겨우 찾았다. (이불 속에서 쇳소리 나는 클립보드… 왜 거기 있었을까?)
그렇게 시작된 오늘, 내 손목엔 우비와 메모지가 묶여 있다. 메모지는 길을 걷다 흘릴까 봐 종이에 구멍을 뚫어 고무줄로 꽉 묶어놨다. 좀 우스꽝스럽지만, 웨딩홀 계약서보다 소중한 나의 질문 리스트니까! 음, 근데… 혹시 나만 이런 소심 플랜 오타쿠? 🤔
장점/활용법/꿀팁
1. 나를 위한 동선 체크 – 경험담 속 우당탕
예비 신부는 카페 라테 사러 갔고, 나는 먼저 전시장으로 뛰어들었다. 입구에서부터 풍선이 터지며 “당첨 축하!” 하는 장면이 펼쳐졌는데, 나도 모르게 옆 팀 경품 줄에 끼어 헛웃음만 흘렸다. “아, 아니 저… 저는 그냥 지나가는…” 결국 그 자리에서 스티커 사진을 찍고 말았다. 덕분에 동선을 미리 파악할 기회가 생겼다는 건 함정. 입구에 설치된 홀·스냅·메이크업·드레스 구역 순서가 의외로 뒤죽박죽이더라. 그러니 미리 지도를 받고, 내가 원하는 부스의 위치를 체크해두면 발품이 반으로 줄어든다.
2. 샘플은 챙기되, 무게는 덜자
포트폴리오 책자를 끝까지 다 받아 오면 나중에 집으로 돌아갈 때 어깨가 탈골될 기세다. 나는 첫 부스에서 욕심껏 열 권을 들었다가, 다섯 번째 부스부터는 “PDF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?”라고 사정했다. 직원분이 흔쾌히 QR코드를 내어주더라. 덕분에 가방 무게가 확 줄었고, 귀가 후에도 클릭 한 번으로 복습 완료. 종이는 감성적이지만, 척추는 소중하니까.
3. 예산 쪼개기, 카페인처럼 조금씩
카드 단말기 앞에서 ‘꾹’ 누르며 계약하는 순간이 무섭다면, 금액을 여러 날로 분할해보자. 나는 50만 원 계약금을 딱 3등분해 보관했다. 오늘은 20만 원까지만! 실제로 현장 계약 시 ‘소액 결제 후 잔금 조율’ 옵션이 가능했다. 덕분에 뜻밖의 서비스가 붙었다. 웨딩카 리본 무료, 캔들 세트, 그리고… 스마트톡 하나 (살짝 당황했지만, 뭐 귀여우니깐?).
단점
1. 정보 과다, 머리가 복잡해져
솔직히 말하면, 부스마다 “우리 오늘 30% 세일이에요!”를 외친다. 근데 옆 부스 가면 “우리는 40%!” 이러니 정신이 아득하다. 나는 한껏 오픈마인드로 “네! 네!” 고개를 끄덕이다가, 열 번째쯤엔 스스로가 신념 없는 바람개비처럼 느껴졌다. 결국 카페 구석에서 진한 아메리카노를 들이켜며 노트를 썼다. 1) 드레스 실루엣, 2) 홀 조명, 3) 스냅 샘플 컬러톤… 이후부터야 비로소 ‘내 취향’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.
2. 가끔은 지나친 이벤트 압박
경품 추첨 시간이 되면 거대한 스피커로 이름이 호출된다. 내 이름 비슷하게 들리면 순간 가슴이 덜컥! 이번엔 “김설유 님~”이었다. 아니, 나는 김선유인데… 하하. 그 몇 초의 허무함과 주변 시선, 말잇못. 돌이켜보면, 이벤트에 너무 몰입하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. 경품은 운, 계약은 인생. 순서를 잊지 말자.
FAQ – 비 내리는 전시장, 속닥속닥 Q&A
Q1. 체크리스트 꼭 필요해요?
A1. 나는 한 번도 체크리스트 없이 장을 본 적이 없는데, 하물며 예식 준비겠는가. 체크리스트가 없으면 부스 직원이 던지는 질문에 “어… 글쎄요”만 열 번. 결국 직원도 지치고 나도 정보만 잔뜩 듣고 끝. 작은 수첩이라도 챙겨가면, 필요한 정보만 골라 들을 수 있다.
Q2. 동행 인원은 몇 명이 적당할까요?
A2. 첫 방문이라면 둘이서 충분하다. 나는 친구까지 셋이 갔다가, 의견이 세 갈래로 찢어져 버렸다. “스냅은 자연광!”, “아니야 필름 룩이지!”, “나쁘지 않은데?” 대화가 산으로. 결과적으로 예비 신부와 나 둘이 다시 재방문했을 때 훨씬 집중력이 높았다.
Q3. 현장 계약, 정말 이득인가요?
A3. 현장 특가가 달콤한 건 사실. 그러나 ‘계약금 환불 조건’ 반드시 확인. 나는 문구 빠르게 읽다가 ‘D-30일 이후 환불 불가’ 조항을 놓칠 뻔했다. 계약서를 사진으로 찍어두고, 집에 와서 다시 읽는 것도 방법. 그래야 마음이 조금은 편안하다.
Q4. 드레스 시착 예약은 미리 해야 하나요?
A4. 내 경우 전시장 내에 피팅룸이 있긴 했지만, 대기 시간이 길어 포기했다. 차라리 박람회에서 상담만 받고, 날짜를 잡아 스튜디오로 방문하는 편이 편했다. 드레스는 입어봐야 마음을 알 수 있다는데… 그날엔 라면 먹고 배가 불러서 못 입었다는 TMI.
그리고, 마지막으로 내 마음속 체크포인트
- 내 취향을 소곤소곤 잊지 않기
- 예산은 사랑처럼, 과하지 않게
- 이벤트는 양념, 본질은 식사
- 빗소리도 추억이 되니, 우산은 투명한 걸로 준비하기 🙂
이제 당신 차례다. 나는 오늘 이런 우당탕을 겪었는데, 당신은 어떤 리스트를 품고 박람회에 갈 건가요? 조용히 중얼거리며, 내 우산 끝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를 지켜본다. 그리고 살짝 웃는다. 결국 웨딩은 거대한 파티가 아니라, 우리가 함께 쓰는 작은 우산 한 자락 같은 걸지도.